이혼 소송이라고 하면 보통 몇 개월, 길어야 1~2년 안에 결론이 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최태원 노소영 이혼소송은 이런 통념을 완전히 깨는 사건입니다. 2017년 조정 신청으로 시작해 2026년 7월 24일 파기환송심 판결까지, 무려 9년이 걸렸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이날 재산분할 9,440억 원, 위자료 20억 원으로 최종 정리했습니다. 처음 1심 판결(665억 원)과 비교하면 14배 넘게 늘어난 금액인데요. 그사이 판결이 왜 이렇게 크게 뒤집혔는지, 개인적으로 이 소송을 쭉 지켜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지점을 오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9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1988년 결혼했습니다.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로,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중퇴한 뒤 미국에서 경제학·교육학을 공부했고 1997년 워커힐미술관을 물려받아 2000년 아트센터 나비로 개칭해 운영해 왔습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4단계를 거쳤는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심(2022년 12월): 재산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 SK 주식은 최태원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
- 항소심(2024년 5월): 재산분할 1조 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재판단.
- 대법원(2025년 10월 16일): 재산분할 부분 파기환송, 위자료 20억 원은 확정.
- 파기환송심(2026년 7월 24일): 재산분할 9,440억 원, 위자료 20억 원 그대로 확정.
이 흐름만 봐도 소송의 핵심이 어디에 있었는지 짐작이 가실 텐데요. 결국 “SK 주식을 누구 재산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가 9년을 끌었던 셈입니다.

SK 주식과 300억 원, 쟁점은 결국 하나였다
1심은 SK 주식을 최태원 회장이 혼인 전부터 보유·형성한 특유재산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완전히 바뀌었는데요.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거 300억 원을 지원했고, 이 돈이 SK그룹 성장과 주식 가치 형성에 기여했다고 보면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재분류한 겁니다. 그 결과 재산분할액이 665억 원에서 1조 3,808억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10월 16일, 이 300억 원의 출처가 불법 비자금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불법원인급여” 법리 — 불법 원인으로 급여한 재산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이혼 사건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인데요. 출처가 불법인 자금은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재산분할액 1조 3,808억 원을 파기하고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최고액이라는 이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파기환송심, 왜 9,440억 원으로 정리됐나
돌려보내진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되, 불법 비자금인 300억 원의 기여도는 산정에서 제외했습니다. 그 결과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는 3분의 1(33.3%),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는 3분의 2(66.7%)로 정해졌고, 재산분할액은 9,440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지급 방식도 눈에 띄는 부분인데요. 현금으로 지급하되 판결 확정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5%의 이자가 붙습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 측이 SK㈜ 지분을 직접 처분하기보다 SK 주식 담보대출, SKT 등 자회사 배당금, 실트론을 비롯한 일부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머니투데이 판결 분석).

재상고, 이대로 끝날까
판결 직후 최태원 회장 측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측 모두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데요. 다만 대법원이 이미 위자료 20억 원을 확정했고, 재산분할액 재산정 과정에서 불법원인급여 법리를 명확히 적용한 상태라 재상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뉴스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소송을 지켜보면서 판결이 이렇게까지 여러 번 뒤집힐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심과 파기환송심의 금액 차이만 14배가 넘으니까요. 그만큼 초고액 자산가의 이혼에서 “재산의 출처”와 “기여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결과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이 보여준 셈입니다.
총평 — 세기의 이혼이 남긴 것
언론에서는 이번 판결을 “역대 최대 규모 재산분할”이자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금액이 커서만은 아닙니다. 불법 출처 자금은 재산분할 기여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불법원인급여 법리가 이혼 사건에 처음 적용된 선례라는 점, 그리고 초고액 자산가 이혼에서 새로운 책임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이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최태원 노소영 이혼소송은 아직 재상고 여지가 남아 있어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른데요. 그럼에도 9년을 끌어온 이 사건의 핵심 그림 — SK 주식 공동재산 인정, 불법 비자금 기여도 배제, 9,440억 원 확정 — 은 이제 뚜렷해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참고로 이번처럼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이혼 소송 자체의 절차나 비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혼 소송 절차와 비용, 준비 전 알아야 할 것들도 함께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재상고가 이어질지, 아니면 이대로 마무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이것입니다. “재산의 출처가 불법이면, 그 몫은 아무리 커도 인정받지 못한다.”
참고 자료: 파이낸셜뉴스 판결 일지, 머니투데이 판결 분석, 경향신문 대법원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