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가 올해 만 60세, 그러니까 법정 정년을 맞으셨는데요. 그런데 국민연금은 63세부터 나온다는 걸 알고 나서 온 가족이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3년치 생활비를 대체 어디서 메우냐는 게 첫 질문이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정년이 65세로 늘어나느냐 마느냐보다 훨씬 더 급한 건 이 ‘소득 공백 기간’을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입니다. 정년 연장은 아직 국회 심의 중이라 언제 확정될지, 내가 그 혜택을 받는 연령대에 해당하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태니까요. 오늘은 정년 이슈를 제도 뉴스로만 보지 않고, 제 통장 사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정년 연장,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2026년 4월 기준으로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 심의 중인데요. 현재 논의되는 안은 1969년생부터 2029년 61세, 1971년생 63세, 1974년생 64세, 1975년생 이후는 65세로 2년마다 1세씩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시행 시점도 2028년이나 2029년으로 아직 유동적입니다. 즉 지금 50대 초중반이신 분들은 이 로드맵이 실제로 나에게 적용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제도를 전제로 노후 계획을 세우는 건 위험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정년이 아니라 ‘소득 공백 5년’입니다
여기서 핵심 숫자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부터 65세로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지금 당장은 3년 공백이지만, 2033년 이후로는 정년과 연금 수급 사이 공백이 5년까지 벌어집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더 확실합니다. 평균 실제 퇴직 연령은 53.0세인데, 평균 희망 은퇴 연령은 73.6세입니다. 무려 20년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정년까지 다니지도 못하고 물러나는 분이 대다수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이유 1위는 정년 도달이 아니라 사업 부진·조업 중단(24.9%), 그다음이 건강 악화(22.1%)입니다. 정년까지 채우고 퇴직하는 비율은 10%가 채 안 됩니다. 즉 ‘정년이 몇 살이냐’보다 ‘그 나이까지 실제로 다닐 수 있느냐’가 더 현실적인 질문인 셈입니다.
국민연금을 받고 계신 분들의 월평균 수령액이 88만 원이고, 그중 74.6%가 월 100만 원도 채 안 받는다는 통계를 보면 —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는 것입니다(서울경제 보도, 관련 기사).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방향성이 궁금하신 분은 앞서 정리한 2026년 국민연금 개혁, 보험료 얼마나 오르나요에서 보험료 인상 흐름도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퇴직금,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
공백기 대비에서 제일 먼저 손댈 수 있는 게 퇴직금 수령 방식인데요. 이건 정년 연장 여부와 무관하게 지금 당장 챙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100% 그대로 부과됩니다. 반면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옮겨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근속 기간에 따라 세금이 30~50% 감면됩니다.
- 근속 1~10년: 세금 70% 납부(30% 감면)
- 근속 11~20년: 세금 60% 납부(40% 감면)
- 근속 21년 이상: 세금 50% 납부(50% 감면)
여기에 퇴직연금은 가입부터 수령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구조라, 수령 시점을 늦출수록 이연 기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절세 효과도 커집니다(KB생각방·토스뱅크 자료 기준). 개인적으로는 목돈이 급하지 않다면 일시금보다 연금 전환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봅니다.

공백기를 버티는 현실적인 방법 세 가지
정년 연장이 확정되든 안 되든, 개인이 지금부터 챙길 수 있는 대비책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IRP·연금저축)을 분리해서 굴리는 것입니다. 회사 퇴직금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IRP나 연금저축을 추가 납입해두면, 정년 이후 국민연금 개시 전까지 생활비를 채워줄 자체 재원이 생깁니다.
둘째, 재취업이나 임시직을 미리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6년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취업자 수가 1012만 5천 명으로 처음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55~64세 고용률은 71.5%에 달하는데, 근로 동기 1위가 생활비(53.4%)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공백기를 재취업으로 메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퇴직금을 그대로 묵히지 않고 운용하는 것입니다. 장수 리스크, 즉 예상보다 오래 사는 것에 대비하려면 물가 상승률을 이기는 자산 운용이 필요합니다.
정년이 65세로 늘어난다 해도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 조정이 함께 따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임금피크제가 50대 후반 근로자의 계속 고용에 오히려 부정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정년이 늘어난다고 소득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총평: 제도를 기다리지 말고 계좌부터 점검하시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년 연장 법안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확정될지는 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법이 어떻게 바뀌든 내 퇴직금 수령 방식, IRP 잔액, 국민연금 예상 수급액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는 것입니다.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이것입니다. ‘정년은 국회가 정하지만, 소득 공백은 내가 메워야 한다.’
퇴직을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그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이라면, 이번 주말에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상 수급액과 개시 연령부터 한번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