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잘 나오면 주가가 오른다 — 이게 상식이죠. 그런데 마이클 버리는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8월 3일 팔란티어(PLTR)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93% 증가라는 화려한 실적을 내놨는데도, 버리는 이 회사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오히려 두 배로 늘렸습니다. “팔란티어를 1조 달러어치 공매도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니, 실적이 아니라 다른 걸 보고 있다는 뜻인데요.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이번 이슈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그가 최근 무슨 베팅을 하고 있고, 그게 우리 같은 개인투자자한테 어떤 의미인지를 생활경제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왜 실적 호조에도 공매도를 늘렸나
버리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개별 기업의 실적보다 시장 전체의 버블 여부를 먼저 보는 것인데요. 그는 5월 서브스택 포스트에서 “지금 분위기가 1999~2000년 닷컴 버블 막바지와 똑같다”고 직언했습니다. 근거로 든 게 Shiller CAPE 비율 40.1인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정점 수준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7월 30일 포스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형 기술 기업들의 실적·공시에서 회계 수법과 낮은 실적 품질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어닝 서프라이즈 뒤에 뭐가 숨어 있는지 봐야 한다는 얘기죠.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8월 4~5일에는 아예 “1987년 블랙먼데이 수준의 급락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자동 매수 알고리즘과 모멘텀 거래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어서 심리가 한번 꺾이면 낙폭이 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포트폴리오 전체를 보면 그림이 다르게 보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버리가 무조건 시장을 비관만 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Foreign Policy Journal 보도를 보면 그의 2026년 포지션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공매도·풋옵션 쪽은 팔란티어, NVIDIA, 마이크론, 반도체 ETF(SOXX), 나스닥100 ETF(QQQ), 테슬라, 캐터필러까지 전부 AI·고성장 기술주에 몰려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초 대비 약 65% 오른 걸 놓고 “이익 성장 없이 순전히 모멘텀으로만 올라간다”고 본 겁니다.
반대로 매수 쪽은 완전히 결이 다른데요. DraftKings·Flutter 같은 스포츠 도박주, Zoetis·룰루레몬 같은 의료·소비재, 그리고 JD.com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주에 자금을 넣고 있습니다. 특히 룰루레몬은 미국 매출이 3% 줄고 순이익까지 급락한 상황에서 오히려 사들였는데, “시장의 두려움 속에서 진짜 가치를 찾는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시장이 열광하는 곳에서는 물러나고, 외면하는 곳에서 기회를 찾는 전형적인 역발상 투자인 셈이죠.
개인투자자가 그대로 따라 하면 위험한 이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버리의 판단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는 점인데요. 실제로 팔란티어는 강한 실적을 냈고, 연초 $177에서 8월 3일 $123까지 30.5% 빠지긴 했지만 버리 본인도 “실적이 좋았는데도” 공매도로 손실 구간을 지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숏 포지션이나 풋옵션은 이익은 제한적(주가가 0원이 되는 게 최대치)인 반면 손실은 이론상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폴 튜더 존스 같은 다른 유명 투자자는 같은 버블 진단을 하면서도 “랠리가 1~2년 더 갈 수 있다”고 봐서, 버리와 시간 지평 자체가 다릅니다. 같은 위험 신호를 봐도 언제 행동에 옮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버리가 공매도했으니 나도 팔아야 한다”는 식의 단순 따라 하기는 권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SEC 공시 의무 없이 순수 개인 자격으로 서브스택에 견해를 공개하고 있을 뿐, 투자자문업자가 아니거든요. 참고 자료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가 챙겨야 할 신호는 분명합니다
그래도 이번 사례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첫째, 포트폴리오 점검 습관입니다. 버리는 “투자자의 95%가 자신이 정확히 뭘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요. 특정 섹터, 특히 기술주 비중이 내 자산에서 과도하게 커진 건 아닌지 CAPE 비율 40.1이라는 숫자를 계기 삼아 한 번쯤 점검해 볼 만합니다.
둘째, 숏이나 풋옵션처럼 손실이 무한대로 열려 있는 방식보다는, 위험이 느껴질 때 비중을 줄이거나 현금·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쪽이 개인투자자한테는 훨씬 덜 험악한 대응법입니다. 버리처럼 베팅하지 않아도 그가 던진 경고 신호(밸류에이션, 실적 품질, 쏠림 현상)는 리스크 관리 체크리스트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셈이죠.
셋째, 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릴 때일수록 왜 그런지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AI 테마라는 이유만으로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있다면, 그 프리미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니까요.
총평
버리의 이번 행보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적보다 밸류에이션을, 유행보다 펀더멘털을 먼저 보라는 신호.’ 그의 공매도가 맞을지 틀릴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개인투자자로서는 그 베팅 자체를 따라 할 게 아니라 그가 던진 질문 — 내 포트폴리오는 특정 테마에 너무 쏠려 있지 않은가 — 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봅니다. 투자 판단은 결국 각자의 몫이니, 오늘 정리한 내용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길 권해 드립니다.